[국내뉴스]
윤도현 "꿈을 향해 걷지 못하면 음악도 없다"
2009-10-22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윤도현(37)은 YB(윤도현밴드)와 솔로로 음반을 각각 발표할 때 철저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YB로는 대중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록음악, 솔로로는 보컬리스트로서 대중적인 발라드곡을 선보인다.

최근 발표한 미니음반 '하모니(프레즌트 포 날아라 펭귄)'는 솔로 음반이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으로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인권영화 '날아라 펭귄'을 위한 헌정음반이기 때문이다.

21일 인터뷰를 한 윤도현은 "영화사 대표와 내 소속사 대표가 친분이 있어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가 오가던 중, 내가 영화의 서포터스를 하기로 했다"며 "어설프게 홍보대사를 하는 것보다 음반을 헌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음반 타이틀곡 '너라면 좋겠어'는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쓴 전해성씨의 작품. 꾸밈없는 윤도현의 음색을 감상하기 좋은 곡이다. YB 때의 보컬과 같은 가수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제가 YB의 윤도현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이번 음반의 목표예요. 그래서 YB 때 거칠게 내지르던 창법을 빼고 담백하게 노래했죠. 가사 전달이 잘 되는 게 좋거든요."

그는 다른 성격의 음악을 각각 선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록음악 시장이 죽었으니 냉정하게 YB 음악으로는 포기한 측면이 있다는 것.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록음악을 미니홈피 배경음악,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렇기에 YB로는 자존심을 지키며 꿋꿋하게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솔로로 '말랑'한 음악을 보여주는 통로가 있기에, YB 음악을 대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특히 8월 미국 유명 록페스티벌 중 하나인 '워프드 투어(Warped Tour)'에 참가해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포틀랜드 등지를 돌며 공연한 것이 큰 활력이 됐다.

"국내에서는 각광받지 못하는 음악에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죠. 사물놀이가 가미된 8집의 '88만원의 루징 게임', 7집의 '잇 번스(It Burns)'를 부를 때 관객도 저희도 미쳐서 즐겼어요. 처음에는 관객이 적었다가 직접 피켓을 들고 홍보도 하면서 차츰 입소문이 나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더군요. 저희가 예전에 평양에서 공연했던 게 이슈더군요."

이런 투어의 가장 큰 재미는 평소 좋아했던 해외 뮤지션들을 직접 보고 교류하는 것이었다.

윤도현은 "호텔 로비에서 한 흑인이 내게 '오렌지 주스가 어디있느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좋아했던 전설적인 흑인 록팀인 피쉬본 멤버였다"며 "CCM밴드인 언더 로스 공연을 볼 때는 에너지가 넘치가 못해 피가 거꾸로 솟더라.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나중에 함께 공연하자는 제의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투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한다. 자동차를 타고 투어에 나선 YB 멤버들과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온 20대 초반의 여성들의 스토리가 각각 전개되다가 연결된다.

그는 "배경도 아름답고 이번 투어의 공연 모습까지 더해져 멋있는 장편영화로 완성될 것"이라며 "내년 초 개봉할 예정으로 영화제 출품 계획도 갖고있다"고 말했다.

YB로 미국 진출도 준비한다. 음반 발매는 신중해야 하기에 준비 기간을 오래가질 생각이란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전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하는 것이었어요. 꿈을 위해 걸어가지 못하면 저는 음악을 못할 겁니다. 세상은 넓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을 통과해야 하죠. 이번 투어 기회를 잡은 건 축복이었어요. 미국 진출에 대한 감을 좀 잡았거든요."

앞서 그는 11월14일부터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릴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도 오른다.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하드락카페' 이후 10년 만이다.

"사실 트렌스젠더 록가수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속사 사장님이 새로운 경험이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셨죠. 록뮤지션이 잃어버린 자아의 반쪽을 찾아가는 '헤드윅'의 메시지가 결국 공존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조승우 씨가 너무 연기를 잘했기에 부담도 되지만 요즘 목을 메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던진 질문 한가지가 있다. 왜 음악인이면서 정치적인 색깔을 띠게 됐느냐는 것.

"대중이 색을 칠하는데 제가 뭐라고 할 부분은 아니죠. 저는 좌, 우 선을 긋고 사는 사람이 아니예요. 저는 좌파, 우파가 아니라 기분파죠. 다른 생각, 이념이어도 활발한 토론을 통해 에너지가 어우러져야 하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면 선을 긋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공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거죠."

최근 김제동의 KBS 프로그램 하차가 논란이 되면서 윤도현이 같은 방송사의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그만둔 얘기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고 하자 "당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년가량 진행했으면 오래 했다. 지금 난 행복하다. 방송을 안 하니 미국에서도 곡 의뢰가 들어오는 등 음악적인 생산력은 더욱 왕성해졌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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