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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사진)은 맥락 있는 가수다. 동시에 맥락 없는 예능인이다. 한때 윤종신은 그저 015B의 객원 보컬이었다. 미성의 얼굴 없는 가수였다. 이제는 10장이 넘는 정규 앨범을 발표한 중견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10대에게 윤종신은 가수라기보다 예능인에 더 가깝다. 한 포털 사이트 ‘지식IN’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개그맨 윤종신이 가수라고 들었습니다. 활동하는 동안 아주 유명한 가수였나요?” 답변이 올라왔다. “그렇습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작곡한 것도 윤종신입니다.” 댓글이 달렸다. “거짓말입니다. ‘거리에서’를 작곡한 건 김광석입니다.”

정작 윤종신 본인은 이같은 반응을 즐긴다. 이쪽저쪽 대충 다리를 걸치는 게 아니다. 앨범을 발표하면 가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는 완벽한 예능인이고자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예능인 윤종신을 못마땅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허리가 부재한 한국 가요계를 외면했다고 말한다. 대중은 가수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대상이다. 반면 예능인은 오락거리로 생각한다. 쉬운 대상이다. 그래서 가수 윤종신과 예능인 윤종신은 종종 별개로 취급된다. 하나로 연관돼 취급되기 어렵다. 윤종신의 애절한 발라드를 듣다가 장 질환과 치질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쩌면 윤종신은 한국의 기타노 다케시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그는 가수 윤종신의 이미지만을 강요하는 목소리에 반대했다. 이건 윤종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음악과 웃음을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는 MBC FM 〈두 시의 데이트〉 MC를 그만두었다. 5년 만이다. 〈명랑 히어로〉에서는 잘렸다고 농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자진해 그만둔 것이다. 올가을 즈음이면 열한 번째 앨범이 나온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비로소 행복하다.

기자명 허지웅(프리미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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